콘솔 소개
1990년 11월 21일 슈퍼 패미컴(Super Famicom)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1991년 8월 슈퍼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SNES)이라는 이름으로 북미에서 출시된 이 16비트 게임기는, 닌텐도가 전 세계 가정용 게임 시장의 왕좌를 굳건히 지키기 위해 내놓은 역작입니다. 전작인 패미컴(NES)이 닦아놓은 거대한 시장을 물려받아 더욱 화려하고 깊이 있는 게임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당시 세가의 메가 드라이브(Genesis)가 '소닉 더 헤지혹'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북미 시장을 맹렬히 파고들며 16비트 전쟁(Console Wars)을 일으켰지만, 결국 최종 승자는 탄탄한 퍼스트 파티 라인업과 압도적인 서드 파티 지원을 등에 업은 SNES였습니다.
SNES의 하드웨어는 당시로서는 혁신 그 자체였습니다. 리코 5A22 16비트 CPU를 기반으로, 소니의 SPC700 사운드 칩을 탑재하여 경쟁 기기들을 압도하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샘플링 음성을 구현했습니다. 특히 그래픽 처리 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는데, 배경 화면을 자유자재로 회전하고 확대/축소할 수 있는 '모드 7(Mode 7)' 기능은 2D 게임에 3D와 같은 입체감을 불어넣었습니다. 이를 활용한 'F-Zero'나 '슈퍼 마리오 카트', '파일럿윙즈' 같은 게임들은 게이머들에게 시각적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또한 컨트롤러에 최초로 L, R 숄더 버튼을 도입하여 조작의 깊이를 더했고, 이는 오늘날 모든 게임 패드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SNES는 JRPG(일본식 롤플레잉 게임)의 황금기(Golden Age)를 연 장본인입니다. 스퀘어의 '파이널 판타지 4, 5, 6', '크로노 트리거', '성검전설 2', 그리고 에닉스의 '드래곤 퀘스트 5, 6'은 깊이 있는 스토리와 아름다운 픽셀 아트, 그리고 심금을 울리는 음악으로 전 세계 게이머들을 매료시켰습니다. 닌텐도 자체 라인업 역시 화려했습니다. 런칭 타이틀인 '슈퍼 마리오 월드'는 플랫포머 게임의 완성형을 보여주었고, '젤다의 전설: 신들의 트라이포스'는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기준을 세웠습니다. '슈퍼 메트로이드'는 탐색형 액션 게임의 정점을 찍으며 후대 게임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SNES 말기에는 카트리지 내부에 보조 연산 칩을 탑재하여 하드웨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를 했습니다. '슈퍼 FX' 칩을 탑재한 '스타폭스'는 16비트 기기에서 부드러운 3D 폴리곤 그래픽을 구현해 냈으며, 실리콘 그래픽스(SGI)의 워크스테이션으로 렌더링한 3D CG 스프라이트를 사용한 '동키콩 컨트리'는 차세대기(PS1, 새턴) 출시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2D 그래픽의 건재함을 전 세계에 과시하며 기기의 수명을 연장시켰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4,910만 대가 판매된 SNES는 2D 도트 그래픽 시대의 정점이자, 가장 아름다운 16비트 게임들이 쏟아져 나왔던 풍요로운 시기를 상징합니다. 픽셀 아티스트들의 장인 정신이 깃든 그래픽과 시대를 초월한 명작들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레트로 게이머들과 인디 게임 개발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영원한 클래식'으로 남아있습니다.
기본 정보
- 제조사: 닌텐도 (Nintendo)
- 출시일: 1990년 11월 21일 (일본), 1991년 8월 23일 (북미), 1992년 (유럽/한국)
- CPU: 16-bit Ricoh 5A22 @ 3.58 MHz
- 메모리: 128KB WRAM, 64KB VRAM, 64KB Audio RAM
- 그래픽: 최대 512x448 해상도, 32,768색 중 256색 동시 발색 (투명 효과, 모자이크, 모드 7 등 지원)
- 사운드: Sony SPC700 8채널 ADPCM (샘플링 사운드 지원)
- 매체: 롬 카트리지 (최대 48Mbit 이상)
- 컨트롤러: 십자키, A/B/X/Y 버튼, L/R 숄더 버튼, Select/Start 버튼
- 최다 판매 게임: 슈퍼 마리오 월드 (약 2,061만 장)
- 총 판매량: 약 4,910만 대
역사적 타임라인
슈퍼 패미컴 일본 출시
30만 대의 초도 물량이 순식간에 매진되었고, 구매 대기 줄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우려해 일본 정부가 "게임기 출시는 주말에만 하라"고 요청할 정도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북미 시장 진출 (SNES)
일본판의 둥근 디자인을 각진 형태(보라색 포인트)로 변경하여 북미에 출시했습니다. 세가의 제네시스가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지만, '슈퍼 마리오 월드'와 강력한 서드 파티 라인업으로 빠르게 추격했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2 독점 이식
전 세계 오락실을 휩쓴 대전 격투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2'가 SNES로 독점 이식되었습니다. 완벽에 가까운 이식률 덕분에 SNES의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16비트 전쟁의 승기를 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슈퍼 FX 칩과 스타폭스
카트리지 내부에 보조 연산 프로세서(Super FX)를 탑재하여 3D 폴리곤 처리를 가능하게 한 '스타폭스'가 출시되었습니다. 콘솔 하드웨어의 한계를 소프트웨어(카트리지 기술)로 극복한 혁신적인 사례입니다.
동키콩 컨트리의 충격
영국의 레어(Rare)사가 개발한 '동키콩 컨트리'는 실리콘 그래픽스 워크스테이션을 활용한 프리 렌더링 CG 기술로 마치 3D 같은 2D 그래픽을 구현했습니다. 차세대기(32비트)에 뒤지지 않는 비주얼로 SNES의 수명을 연장시켰습니다.
대표 게임
슈퍼 마리오 월드 (Super Mario World, 1990)
런칭 타이틀이자 SNES 최고의 명작. 96개의 스테이지와 수많은 숨겨진 길, 그리고 새로운 파트너 '요시'의 등장은 플랫포머 게임의 완벽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젤다의 전설: 신들의 트라이포스 (A Link to the Past, 1991)
빛과 어둠, 두 개의 세계를 오가는 독창적인 구성과 치밀한 던전 디자인으로 2D 젤다 시리즈의 정점이자 모든 액션 RPG의 교과서가 된 작품입니다.
크로노 트리거 (Chrono Trigger, 1995)
스퀘어와 에닉스의 드림팀이 제작한 JRPG의 마스터피스.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험, 심그미스( 심리스) 전투,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미츠다 야스노리의 음악이 어우러진 불후의 명작입니다.
슈퍼 메트로이드 (Super Metroid, 1994)
악마성 시리즈와 함께 '메트로배니아' 장르를 확립한 걸작. 음산한 분위기, 비선형적인 맵 탐색, 그리고 스피드런의 묘미를 완성했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VI (Final Fantasy VI, 1994)
군상극 형태의 스토리텔링과 오페라 씬 연출, 그리고 16비트 기기의 한계를 시험한 그래픽과 사운드로 JRPG가 보여줄 수 있는 예술성의 극치를 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