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 소개
1994년 12월 3일 일본에서 처음 출시된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SCE)의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은 비디오 게임 산업의 역사를 '플레이스테이션 이전'과 '이후'로 나눌 정도로 거대한 지각 변동을 일으킨 혁명적인 콘솔입니다. 당시 닌텐도와 세가가 양분하고 있던 시장에 전자 제품 거인 소니가 진출한다고 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실패를 점쳤습니다. 하지만 소니는 닌텐도와의 협업 결렬로 인해 독자 개발 노선을 걷게 된 이 기기에 '3D 리얼 타임 렌더링'과 'CD-ROM'이라는 승부수를 던졌고, 이는 완벽하게 적중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의 가장 큰 무기는 압도적인 가성비와 기술력이었습니다. 경쟁 기기인 세가 새턴보다 저렴한 39,800엔(북미 299달러)이라는 가격에, 훨씬 뛰어난 3D 폴리곤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대용량 저장 매체인 CD-ROM(650MB)의 채택은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꿨습니다. 당시 주류였던 롬 팩(Cartridge)에 비해 수백 배나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었던 덕분에, 개발자들은 고음질의 음악, 성우들의 음성 대사, 그리고 영화 같은 CG 동영상(FMV)을 게임에 마음껏 집어넣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파이널 판타지 7'이나 '메탈 기어 솔리드' 같은 시네마틱 게임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고, 게임을 단순한 오락거리에서 종합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습니다.
소니의 마케팅 전략 또한 탁월했습니다. "모든 게임은 이곳에 모인다(All Games Are Here)"라는 슬로건 아래, 닌텐도의 엄격한 초보자 검열 정책에 지쳐있던 서드 파티 개발사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했습니다. 남코의 '철권', '리지 레이서' 같은 아케이드 이식작들은 오락실을 위협할 퀄리티를 보여주었고, 스퀘어의 '파이널 판타지 7' 독점 출시는 닌텐도 제국의 붕괴를 알리는 결정타였습니다. 또한 캡콤의 '바이오하자드'는 성인 취향의 호러 장르를 개척하며 플레이스테이션의 유저층을 대폭 확장시켰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은 컨트롤러의 혁신도 이끌어냈습니다. 초기에는 방향키만 있었지만, 1997년 발매된 '듀얼쇼크(DualShock)' 컨트롤러는 두 개의 아날로그 스틱과 진동 기능을 탑재하여 3D 공간에서의 자유로운 이동과 손맛을 제공했습니다. 이는 이후 출시되는 모든 게임 콘솔의 표준 인터페이스가 되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1억 249만 대가 판매된 플레이스테이션은 가정용 콘솔 최초로 1억 대 판매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소니를 단숨에 게임 시장의 지배자로 등극시켰습니다.
회색의 투박한 상자였지만, 그 안에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가 담겨 있었습니다. 로딩 화면의 검은 바탕에 주황색 마름모 로고가 뜨고 특유의 부팅음이 흘러나올 때의 설렘은, 90년대를 살아온 수많은 게이머들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기본 정보
- 제조사: 소니 (Sony Computer Entertainment)
- 출시일: 1994년 12월 3일 (일본), 1995년 9월 9일 (북미), 1995년 (유럽)
- CPU: 32-bit R3000A MIPS RISC @ 33.8688 MHz
- 메모리: 2MB Main RAM, 1MB VRAM, 512KB Sound RAM
- 그래픽: GPU (Geometry Transformation Engine), 최대 36만 폴리곤/초 (텍스처 매핑, 광원 효과 포함)
- 사운드: SPU (Sound Processing Unit) 24채널, 44.1kHz CD 음질 지원
- 매체: CD-ROM (650MB)
- 컨트롤러: 듀얼쇼크 (진동 및 아날로그 스틱 지원), 메모리 카드 사용 (128KB, 15블록)
- 최다 판매 게임: 그란 투리스모 (1,085만 장)
- 총 판매량: 1억 249만 대 (PS One 포함)
역사적 타임라인
플레이스테이션 일본 출시
세가 새턴보다 일주일 늦게 출시되었지만, 39,800엔이라는 공격적인 가격과 '리지 레이서'의 뛰어난 3D 그래픽으로 초기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30만 대의 초도 물량이 매진되었습니다.
E3 1995의 "299"
제1회 E3 게임쇼에서 세가가 새턴의 가격을 399달러로 발표하자, 소니 임원 스티브 레이스가 단상에 올라와 "299달러" 단 한 마디만 외치고 내려갔습니다. 이는 게임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가격 발표이자 승리의 선언이었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7 발매
닌텐도 진영의 상징이었던 스퀘어가 소니로 전격 이적하여 내놓은 JRPG의 혁명. 3장이나 되는 CD 용량을 활용한 압도적인 CG 영상과 감동적인 스토리는 전 세계적으로 '플레이스테이션 붐'을 일으키며 승리를 확정지었습니다.
듀얼쇼크 컨트롤러 발매
두 개의 아날로그 스틱과 진동 모터를 내장한 혁신적인 컨트롤러가 발매되었습니다. '그란 투리스모'의 레이싱 감각과 '메탈 기어 솔리드'의 현장감을 극대화하며 콘솔 조작의 표준을 제시했습니다.
PS one 출시
후속기인 PS2 출시 4개월 후, 크기를 줄이고 디자인을 둥글게 다듬은 저가형 모델 'PS one'을 출시했습니다. 2004년까지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PS1의 수명을 연장시켰습니다.
대표 게임
파이널 판타지 VII (Final Fantasy VII, 1997)
설명이 필요 없는 90년대 최고의 아이콘. 클라우드와 세피로스의 대결, 에어리스의 비극, 그리고 웅장한 세계관은 게임 스토리텔링의 수준을 영화 이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메탈 기어 솔리드 (Metal Gear Solid, 1998)
'잠입 액션' 장르를 대중화시킨 코지마 히데오의 걸작. 영화적인 카메라 연출과 뛰어난 성우 연기, 그리고 제4의 벽을 넘나드는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가득했습니다.
바이오하자드 (Resident Evil, 1996)
서바이벌 호러라는 장르를 창시한 게임. 제한된 시야와 부족한 탄약, 그리고 좀비가 주는 원초적인 공포감은 전 세계 게이머들을 밤잠 설치게 만들었습니다.
그란 투리스모 (Gran Turismo, 1997)
아케이드 레이싱이 주류였던 시절, '리얼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표방하며 등장했습니다. 수백 대의 실차 라이선스와 정교한 물리 엔진은 자동차 마니아들의 꿈을 실현시켜 주었습니다.
철권 3 (Tekken 3, 1998)
3D 격투 게임의 완성형이자 PS1 최고의 접대 게임. 830만 장이라는 판매고를 올리며 '버추어 파이터'를 제치고 격투 게임의 왕좌를 차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