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 소개
1998년, '더 킹 오브 파이터즈'와 '메탈슬러그'로 오락실을 주름잡던 SNK가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은 흑백 화면의 '네오지오 포켓'이었으나, 불과 1년 만에 컬러 화면을 탑재한 후속기 '네오지오 포켓 컬러(Neo Geo Pocket Color, NGPC)'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습니다. 이 기기는 16비트 CPU를 탑재하고(도시바 TLCS-900H), SNK의 강점인 대전 격투 게임을 휴대용 기기에 최적화하여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네오지오 포켓의 가장 큰 무기는 '조작감'이었습니다. 십자키 대신 '메카닉 스틱'이라 불리는 독특한 썸스틱을 채택했는데, 이는 찰칵거리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오락실 조이스틱의 느낌을 손가락 끝으로 재현해 냈습니다. 덕분에 휴대용 기기임에도 복잡한 커맨드 입력이 필수인 격투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또한, AA 건전지 2개로 40시간(흑백 모델 기준, 컬러는 약 20시간)을 구동하는 뛰어난 배터리 효율은 닌텐도 게임보이와 견줄만한 장점이었습니다. 내장된 시계 기능과 알람, 그리고 별도의 백업 배터리 시스템은 기기의 완성도를 더했습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KOF', '사무라이 쇼다운', '아랑전설' 등 SNK의 간판 격투 게임들이 SD 캐릭터 스타일로 귀엽게 어레인지되어 이식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캡콤과의 협력을 통해 'SNK vs. CAPCOM' 시리즈가 발매되기도 했는데, 이는 격투 게임 팬들에게 꿈의 대결을 실현시켜 준 역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정상결전 최강 파이터즈'는 밸런스와 게임성 면에서 격투 게임 역사에 남을 명작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러나 네오지오 포켓은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닌텐도의 '게임보이 컬러'가 포켓몬스터를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고, 서드 파티의 빈약한 지원은 치명적이었습니다. SNK 자체의 경영 악화로 인한 도산 위기까지 겹치면서 마케팅 동력을 상실했고, 2001년 SNK의 파산과 함께 네오지오 포켓은 쓸쓸하게 시장에서 퇴장했습니다. 하지만 특유의 찰진 조작감과 완성도 높은 격투 게임 라이브러리 덕분에 레트로 게임 마니아 사이에서는 여전히 '가장 조작감이 좋은 휴대용 게임기'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기본 정보
- 제조사: SNK
- 출시일: 1998년 10월 28일 (흑백), 1999년 3월 16일 (컬러)
- CPU: 6.144 MHz Toshiba TLCS-900H (16-bit) + Z80 (사운드 제어)
- 디스플레이: 2.6인치 반사형 TFT-LCD (160 x 152 해상도, 146색 동시 발색)
- 사운드: Z80 프로세서 제어, 스테레오 사운드 지원
- 조작: 8방향 마이크로 스위치 스틱 (클릭감 있음), A/B 버튼
- 전원: AA 건전지 2개 (게임 구동), CR2032 (메모리 백업)
- 크기/무게: 133 x 88 x 33 mm / 190g (컬러 모델)
- 총 판매량: 약 200만 대 미만 (추정)
역사적 타임라인
네오지오 포켓 (흑백) 발매
닌텐도 게임보이의 대항마로 출시되었으나, 이미 시장은 컬러 화면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출시 불과 1달 뒤 닌텐도가 '게임보이 컬러'를 발표하면서 타이밍을 완전히 놓쳐버린 비운의 기기가 되었습니다.
네오지오 포켓 컬러 발매
흑백 모델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서둘러 출시된 컬러 버전. 뛰어난 배터리 효율과 훌륭한 조작감, 그리고 '메탈슬러그' 등의 킬러 타이틀을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했습니다.
정상결전 최강 파이터즈 발매
SNK와 캡콤의 콜라보레이션 타이틀. 류, 쿄, 춘리, 이오리 등 양사의 대표 캐릭터들이 총출동한 이 게임은 휴대용 격투 게임의 정점을 찍었다는 호평을 받으며 기기 판매를 잠시나마 견인했습니다.
SNK 파산 및 단종
오락실 시장의 침체와 네오지오 포켓의 부진으로 경영난을 겪던 SNK가 결국 파산하면서, 네오지오 포켓 사업도 전면 중단되었습니다. 북미와 유럽 시장에 출하되었던 재고들이 헐값에 회수되는 씁쓸한 최후를 맞았습니다.
대표 게임
정상결전 최강 파이터즈: SNK vs. CAPCOM (1999)
네오지오 포켓의 존재 이유. 단순한 캐릭터 팔이 게임이 아니라, 원작의 시스템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휴대용에 맞게 어레인지한 게임성은 지금 즐겨도 손색이 없습니다.
메탈슬러그 1st & 2nd Mission
런앤건 액션의 대명사 메탈슬러그를 휴대용으로 이식한 작품. 단순히 아케이드 버전을 흉내 낸 것이 아니라, 라이프 바 시스템을 도입하고 독자적인 미션을 구성하여 호평받았습니다.
킹 오브 파이터즈 R-2 (1999)
KOF 98을 베이스로 제작된 휴대용 버전. SD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기술과 콤보를 놀라운 수준으로 구현해 냈으며, 나만의 캐릭터를 육성하는 '메이킹 모드'가 백미였습니다.
소닉 포켓 어드벤처 (1999)
세가와의 라이선스 협력으로 발매된 소닉. 소닉 2를 베이스로 하지만 네오지오 포켓만의 독창적인 레벨 디자인을 선보였으며, 기기의 뛰어난 스틱 성능 덕분에 쾌적한 조작감을 자랑했습니다.
전설의 오우거 배틀 외전: 제노비아의 왕자 (2000)
격투 게임 이외의 장르에서도 명작이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SRPG. 퀘스트 코퍼레이션이 직접 제작하여 시리즈 특유의 깊이 있는 전략과 스토리를 잘 살려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