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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 마스터 시스템 (Sega Master System)

닌텐도의 아성에 도전한 세가의 야심찬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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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소개

세가 마스터 시스템(Sega Master System)은 1985년 10월 20일 일본에서 '세가 마크 III'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시된 8비트 가정용 게임기입니다. 아타리 쇼크 이후 닌텐도의 패미컴(NES)이 전 세계 게임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상황에서, 아케이드 게임의 강자인 세가가 "가정에서도 오락실 수준의 게임을 즐기게 하겠다"는 목표로 야심 차게 내놓은 도전장이었습니다. 1986년 북미 시장에 진출하면서 디자인을 미래지향적인 검은색과 붉은색 조합으로 일신하고 이름을 '마스터 시스템'으로 변경했는데, 이는 "닌텐도를 마스터하겠다"는 세가의 강한 의지가 담긴 작명이었습니다.

하드웨어 성능 면에서 마스터 시스템은 경쟁 기기인 NES를 확실히 압도했습니다. 자일로그 Z80 프로세서를 탑재하여 처리 속도가 빨랐고, 무엇보다 동시에 32색(총 64색 팔레트)을 표시할 수 있는 그래픽 능력은 닌텐도의 칙칙한 색감과는 확연히 다른, 화사하고 선명한 비주얼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세가 마크 III 시절 별매품이었던 'FM 사운드 유닛'을 내장하거나 지원하여, 뿅뿅거리는 단순한 전자음이 아닌 풍성한 신디사이저 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세가는 자사의 인기 아케이드 게임인 '행온', '스페이스 해리어', '아웃런', '애프터 버너' 등을 이식하여 아케이드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북미와 일본 시장에서의 성적은 참담했습니다. 닌텐도의 악명 높은 라이선스 정책(닌텐도 게임을 만들면 타사 기기로는 2년간 출시 금지) 때문에 서드 파티 개발사들을 거의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드래곤 퀘스트'나 '파이널 판타지' 같은 킬러 타이틀이 쏟아지던 닌텐도 진영과 달리, 세가는 오직 자사 개발팀의 역량만으로 게임 라이브러리를 채워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타지 스타' 같은 시대를 앞서간 명작 RPG나 '알렉스 키드' 시리즈 같은 독창적인 플랫포머 게임을 탄생시키며 세가만의 마니아 층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마스터 시스템은 유럽과 남미, 특히 브라질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닌텐도가 북미와 일본 시장에 집중하느라 소홀했던 유럽 시장을 세가가 적극적으로 공략하여, 유럽 전역에서 NES보다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유통사인 테크토이(Tectoy)의 현지화 노력에 힘입어 국민 게임기로 등극했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2'나 '소닉 더 헤지혹' 같은 16비트 게임들이 8비트용으로 역이식되기도 했으며, 브라질에서는 2010년대까지도 공식적으로 생산 및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는 게임기 역사상 가장 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기록 중 하나입니다.

마스터 시스템은 비록 1인자의 자리를 빼앗지는 못했지만, 세가가 닌텐도의 유일한 대항마로서 콘솔 시장에 안착하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후 메가 드라이브(Genesis)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으며, 세가의 마스코트인 알렉스 키드와 소닉이 활약했던 무대로서 올드 게이머들의 추억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8비트 시절 세가가 보여준 '기술의 세가'라는 자부심과 도전 정신은 마스터 시스템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본 정보

  • 제조사: 세가 (Sega)
  • 출시일: 1985년 10월 20일 (일본, 세가 마크 III), 1986년 9월 (북미), 1987년 (유럽/한국)
  • CPU: Zilog Z80A @ 3.58 MHz (NTSC) / 3.55 MHz (PAL)
  • 메모리: 8KB 시스템 RAM, 16KB 비디오 RAM
  • 그래픽: VDP (Video Display Processor), 256x192 해상도, 64색 중 32색 동시 발색
  • 사운드: SN76489 (PSG 3채널 + 노이즈 1채널), 일부 모델 YM2413 FM 사운드 지원
  • 매체: 롬 카트리지 (최대 4Mbit), 세가 카드 (초기 저용량 게임용)
  • 주요 주변기기: 라이트 페이저 (광선총), 3D 안경 (셔터 글래스 방식)
  • 최다 판매 게임: 알렉스 키드 인 미라클 월드
  • 총 판매량: 약 1,300만 대 (브라질을 제외한 수치, 브라질 포함 시 약 2,000만 대 추산)

역사적 타임라인

1985년 10월

세가 마크 III 출시

일본에서 패미컴의 대항마로 출시되었습니다. 이전 모델인 SG-1000 시리즈와 하위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아케이드 게임을 완벽하게 이식할 수 있는 성능을 강조했습니다.

1986년 9월

북미 진출 및 리브랜딩

일본풍의 디자인을 버리고 서구적인 취향에 맞춘 검은색 디자인으로 변경, '마스터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북미에 출시했습니다. NES의 독점 계약으로 인해 유통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1987년

유럽 시장 석권

닌텐도가 진출하지 않은 유럽 시장을 선점했습니다. 다양한 서드 파티 게임들이 유럽용으로 출시되면서 영국,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NES보다 높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1989년

브라질의 기적

브라질의 장난감 회사 테크토이(Tectoy)와 제휴하여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높은 관세 장벽 때문에 수입 게임기가 비쌌던 브라질에서, 합리적인 가격과 포르투갈어 현지화를 무기로 시장을 평정했습니다.

1990년

게임 기어의 탄생

마스터 시스템의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한 휴대용 게임기 '게임 기어'가 출시되었습니다. 마스터 시스템의 카트리지를 컨버터(마스터 기어)를 통해 그대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대표 게임

알렉스 키드 인 미라클 월드 (1986)

소닉이 등장하기 전 세가의 마스코트였던 알렉스 키드의 데뷔작. 주먹으로 바위를 부수고 상점에서 아이템을 사며 오토바이를 타는 등 다채로운 액션이 특징입니다.

판타지 스타 (Phantasy Star, 1987)

JRPG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명작. 8비트라고 믿기 힘든 부드러운 3D 던전과 SF와 팬터지가 융합된 독창적인 세계관은 드래곤 퀘스트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소닉 더 헤지혹 (1991)

16비트 메가 드라이브 버전의 이식이지만, 8비트 하드웨어에 맞춰 레벨 디자인과 음악을 완전히 새롭게 만든 수작입니다.

원더 보이 III: 드래곤의 함정 (1989)

액션과 RPG 요소가 결합된 '메트로배니아' 스타일의 선구적인 작품. 동물의 형태로 변신하며 맵을 탐험하는 재미가 일품입니다.

Castle of Illusion Starring Mickey Mouse (1990)

디즈니 라이선스 게임 중 최고의 평가를 받는 작품 중 하나. 8비트 마스터 시스템 버전은 16비트 버전과는 다른 레벨 디자인과 게임성을 제공하여 독자적인 팬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