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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보이 어드밴스 (Game Boy Advance)

2D 게임의 정점, 휴대용 32비트 시대의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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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소개

2001년 3월 21일, 닌텐도는 12년 가까이 군림해온 게임보이 왕조의 적법한 후계자이자 21세기의 시작을 알리는 야심작, '게임보이 어드밴스(Game Boy Advance, 이하 GBA)'를 세상에 공개했습니다. GBA는 단순한 성능 향상을 넘어, 당시 게이머들의 꿈이었던 "슈퍼 패미컴을 주머니에 넣는다"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준 기기였습니다. 8비트 시대를 마감하고 32비트 RISC CPU(ARM7TDMI)를 탑재한 이 기기는, 기존 게임보이와는 차원이 다른 그래픽 연산 능력과 사운드 처리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가로형 디자인으로 회귀하여 그립감을 개선하고, L/R 트리거 버튼을 추가함으로써 조작 체계 또한 가정용 콘솔 게임기에 한층 가까워졌습니다. 이는 휴대용 게임기에서도 복잡한 조작과 깊이 있는 게임플레이가 가능해졌음을 의미했습니다.

GBA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방대한 라이브러리와 완벽한 하위 호환성이었습니다. 닌텐도는 GBA 설계 단계부터 기존 게임보이 및 게임보이 컬러 카트리지를 그대로 구동할 수 있도록 별도의 Z80 코프로세서를 내장하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이는 GBA 구매자들에게 "초기 게임 부족"이라는 런칭 징크스를 원천 차단하는 동시에, 기존의 수천만 명에 달하는 게임보이 유저들을 자연스럽게 차세대기로 흡수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유저들은 GBA 하나만 있으면 지난 10년의 닌텐도 휴대용 게임 역사를 모두 즐길 수 있었습니다.

소프트웨어 라인업 또한 '황금기'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습니다. '슈퍼 마리오 어드밴스' 시리즈를 통해 슈퍼 패미컴의 명작들을 완벽하게 이식했고, '포켓몬스터 루비/사파이어'는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이어갔습니다. 뿐만 아니라, 닌텐도는 '메이드 인 와리오'나 '리듬 세상' 같은 실험적인 타이틀로 새로운 재미를 창조했습니다. 서드 파티의 지원도 폭발적이었습니다. 캡콤의 '역전재판' 시리즈는 GBA로 데뷔하여 법정 배틀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고, '록맨 제로' 시리즈는 하드코어 액션 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인텔리전트 시스템즈의 '파이어 엠블렘'은 GBA를 통해 처음으로 서양 시장에 진출하여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스퀘어 에닉스 또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이식하며 GBA의 풍성한 라인업에 일조했습니다.

그러나 GBA의 초기 모델에는 옥에 티가 있었습니다. 바로 화면이었습니다.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채택한 반사형 TFT-LCD는 기존 게임보이보다는 훨씬 선명하고 다채로운 색상을 표현할 수 있었지만,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해 어두운 곳에서는 화면이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게이머들은 형광등 아래나 창가 자리를 찾아 헤매야 했고, 별도의 조명 액세서리(웜 라이트)를 주렁주렁 달아야 하는 불편함을 겪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가로등 아래에서 게임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문제는 2003년, 닌텐도가 전면적인 개선판인 '게임보이 어드밴스 SP(GBA SP)'를 출시하며 비로소 해결되었습니다. GBA SP는 프론트라이트(나중에는 백라이트)를 탑재하여 밤에도 이불 속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었고, 세련된 접이식 디자인과 내장형 리튬 이온 배터리를 채택하여 휴대용 게임기의 완성형을 제시했습니다.

GBA는 휴대용 게임기의 역사에서 2D 도트 그래픽의 아름다움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마스터피스'로 평가받습니다. 3D 폴리곤 그래픽이 주류로 떠오르던 시기였지만, 개발사들은 GBA의 하드웨어 특성을 활용하여 예술적인 경지의 2D 스프라이트와 배경을 만들어냈습니다. '젤다의 전설: 이상한 모자'나 '마더 3' 같은 작품들이 보여준 따뜻하고 정교한 비주얼은 지금도 도트 그래픽의 교과서로 불립니다. 비록 2004년 듀얼 스크린을 장착한 후속 기종 '닌텐도 DS'가 출시되며 세대교체가 이루어졌지만, DS 초기 모델이 GBA 슬롯을 유지한 덕분에 GBA의 생명력은 끈질기게 이어졌습니다. 2005년에는 초소형 모델인 '게임보이 미크로'까지 출시되며 마지막 불꽃을 태웠습니다.

전 세계 8,151만 대 판매라는 대기록은 GBA가 얼마나 사랑받았는지를 증명합니다. GBA는 단순한 게임기를 넘어,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기술이 조화를 이룬 21세기 초의 문화 아이콘이었습니다. 투박하지만 정겨운 도트 그래픽, 잊을 수 없는 16채널 사운드, 그리고 친구들과 링크 케이블을 연결해 포켓몬을 교환하던 그 시절의 추억은, 지금도 많은 레트로 게이머들의 가슴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기본 정보

  • 제조사: 닌텐도 (Nintendo)
  • 출시일: 2001년 3월 21일 (일본), 2001년 6월 11일 (북미), 2001년 6월 22일 (유럽)
  • CPU: 16.78 MHz 32-bit ARM7TDMI (메인), 4.19/8.38 MHz Z80 (GB/GBC 하위 호환 및 사운드 보조)
  • 메모리: 32KB WRAM (CPU 내부) + 96KB VRAM (비디오) + 256KB EWRAM (외부 작업용)
  • 디스플레이: 2.9인치 반사형 TFT-LCD (240 x 160 해상도, 3:2 비율, 32,768색 중 511색 동시 표시)
  • 사운드: 듀얼 8비트 DAC (스테레오) + 레거시 채널 (GB 하위 호환용)
  • 전원: AA 건전지 2개 (약 15시간), SP 모델은 리튬 이온 배터리 (약 10~18시간)
  • 크기/무게: 82 x 144.5 x 24.5 mm / 140g (오리지널 모델)
  • 주요 모델: 오리지널(와이드), GBA SP(접이식/라이트), 게임보이 미크로(초소형)
  • 최다 판매 게임: 포켓몬스터 루비/사파이어 (1,622만 장), 포켓몬스터 파이어레드/리프그린 (1,200만 장)
  • 총 판매량: 8,151만 대

역사적 타임라인

2001년 3월

게임보이 어드밴스 발매

32비트 고성능 프로세서와 와이드 화면, 그리고 L/R 버튼을 장착한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가 발매되었습니다. 런칭 타이틀로 '슈퍼 마리오 어드밴스', 'F-ZERO', '악마성 드라큘라 서클 오브 더 문' 등 쟁쟁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2001년 10월

역전재판 시리즈의 시작

캡콤의 '역전재판'이 GBA로 첫선을 보였습니다. "이의 있소!"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후 시리즈는 닌텐도 휴대용 콘솔의 간판 타이틀로 성장합니다.

2002년 11월

포켓몬스터 루비/사파이어 발매

GBA의 킬러 타이틀이자 포켓몬스터 3세대가 출시되었습니다. 훨씬 향상된 그래픽과 사운드, '특성'과 '성격' 시스템의 도입, 그리고 2:2 더블 배틀의 추가로 시리즈의 전략적 깊이를 더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메가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2003년 2월

게임보이 어드밴스 SP 출시

GBA의 가장 큰 단점이었던 어두운 화면을 해결하기 위해 프론트라이트를 탑재하고, 휴대성을 극대화한 폴더형 디자인의 SP 모델이 출시되었습니다. 충전식 배터리를 내장하여 편의성을 대폭 개선했고, 성인층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세련된 디자인으로 호평받았습니다.

2004년 1월

파이어 엠블렘: 열화의 검 서양 출시

일본 내수용 게임으로 여겨지던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가 GBA를 통해 처음으로 북미와 유럽에 출시되었습니다. '스매시 브라더스'에 등장한 마르스와 로이의 인기에 힘입어 서양 유저들에게 SRPG의 매력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5년 9월

게임보이 미크로 출시

NDS가 이미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한 시점, 닌텐도는 팬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로 초소형 모델인 '게임보이 미크로'를 발매했습니다. GB/GBC 하위 호환 기능을 제거했지만, 뛰어난 화면 품질(백라이트)과 패미컴 컨트롤러를 닮은 디자인으로 수집가들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대표 게임

포켓몬스터 루비/사파이어 (Pokémon Ruby/Sapphire, 2002)

GBA 최고의 베스트셀러. 호연 지방을 무대로 135마리의 새로운 포켓몬을 만나고, 마그마단/아쿠아단의 음모를 저지하는 모험을 그렸습니다. 비밀기지 꾸미기와 포켓몬 콘테스트 등 즐길 거리가 풍성했습니다.

젤다의 전설: 이상한 모자 (The Legend of Zelda: The Minish Cap, 2004)

캡콤이 개발에 참여한 젤다 시리즈의 숨은 명작. 주인공 링크가 소인으로 변해 작은 세상을 모험한다는 독창적인 컨셉과, GBA의 성능을 극한으로 활용한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도트 그래픽이 일품입니다.

메트로이드 퓨전 (Metroid Fusion, 2002)

슈퍼 패미컴 '슈퍼 메트로이드'의 계보를 잇는 2D 탐색형 액션 게임. X 기생충에 감염된 사무스의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는 연출과 스피디한 액션으로 풀어내어, 휴대용 액션 게임의 기준을 높였습니다.

역전재판 1 (Phoenix Wright: Ace Attorney, 2001)

신참 변호사 나루호도 류이치가 되어 의뢰인의 무죄를 증명하는 법정 배틀 게임.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리액션과 반전 있는 스토리, 그리고 증언의 모순을 파헤치는 쾌감은 수많은 팬을 양산했습니다.

메이드 인 와리오 (WarioWare, Inc.: Mega Microgames!, 2003)

5초 안에 끝나는 수백 개의 미니게임을 연속으로 클리어하는 엽기 발랄한 게임. 닌텐도의 틀을 깬 파격적인 센스와 중독성으로, 짧은 시간에 즐기는 휴대용 게임의 본질을 꿰뚫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