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 소개
2001년 9월 14일 일본에서, 11월 18일 북미에서 발매된 '닌텐도 게임큐브(Nintendo GameCube)'는 N64의 뒤를 잇는 닌텐도의 6세대 가정용 게임기입니다. 이름 그대로 정육면체(Cube)에 가까운 컴팩트하고 독특한 디자인에, 손잡이까지 달려 있어 마치 장난감 상자 같은 친근한 외형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귀여운 외모 속에는 당시 경쟁 기기였던 PS2를 압도하고 엑스박스와 대등한 수준의 강력한 성능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IBM과 공동 개발한 'Gekko' CPU와 ATI의 'Flipper' GPU는 뛰어난 연산 능력과 그래픽 처리 속도를 보여주었고, 특히 물 표현이나 털 질감 묘사 등에서 탁월한 퍼포먼스를 발휘했습니다.
게임큐브는 닌텐도 역사상 최초로 롬 카트리지를 버리고 광학 디스크(Optical Disc)를 채택한 가정용 콘솔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DVD가 아닌, 파나소닉과 공동 개발한 지름 8cm의 독자 규격 미니 DVD(1.5GB)를 사용하여 불법 복제를 방지하고 로딩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이는 "게임기는 게임을 하기 위한 도구"라는 닌텐도의 확고한 철학을 반영한 것으로, 경쟁 기기들이 DVD 영화 재생 기능을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울 때 게임큐브는 오직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에만 집중했습니다. 비록 이로 인해 멀티미디어 기능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놓치는 결과를 낳기도 했지만, 빠른 로딩과 쾌적한 플레이 환경은 게이머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게임큐브의 컨트롤러는 인체공학적 디자인의 정점이라 평가받습니다. 버튼의 크기와 모양을 서로 다르게 설계하여 손가락의 위치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했고, 트리거 버튼의 아날로그 입력 감도는 레이싱 게임 등에 최적화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무선 컨트롤러인 '웨이브버드(WaveBird)'는 RF 방식을 채택하여 지연 없는 완벽한 무선 플레이 환경을 구현, 미래 콘솔 컨트롤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이 컨트롤러의 그립감은 너무나 훌륭해서, 최신 기종인 닌텐도 스위치에서도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를 즐길 때 게임큐브 컨트롤러를 고집하는 유저들이 많습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닌텐도의 실험 정신이 빛을 발했습니다. 2D 액션이었던 메트로이드를 1인칭 어드벤처로 재해석한 '메트로이드 프라임', 실시간 전략과 퍼즐을 결합한 '피크민', 으스스하지만 유쾌한 유령 퇴치 소동 '루이지 맨션', 그리고 힐링 게임의 원조 '동물의 숲' 등 독창적인 명작들이 탄생했습니다. 비록 PS2의 독주에 밀려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약 2,174만 대), 게임큐브가 남긴 탄탄한 기본기와 혁신적인 IP들은 훗날 Wii와 스위치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많은 게이머에게 보라색 도시락통으로 기억되는 게임큐브는, 닌텐도가 추구하는 '장난감으로서의 게임기'라는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기기이자, 성능과 재미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했던 닌텐도의 과도기적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기본 정보
- 제조사: 닌텐도 (Nintendo)
- 출시일: 2001년 9월 14일 (일본), 2001년 11월 18일 (북미), 2002년 (유럽/한국)
- CPU: IBM PowerPC 750CXe 'Gekko' @ 485 MHz
- 메모리: 43MB Total (24MB Main, 3MB Embedded, 16MB DRAM)
- 그래픽: ATI 'Flipper' @ 162 MHz (TEV 파이프라인, S3TC 압축 지원)
- 매체: 닌텐도 게임큐브 게임 디스크 (8cm Mini-DVD, 1.5GB)
- 컨트롤러: 아날로그 스틱 + C스틱, 아날로그 트리거, 진동 내장
- 주요 특징: 손잡이가 달린 이동성, 4개의 컨트롤러 포트, GBA 연결 케이블 지원
- 최다 판매 게임: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 DX (약 741만 장)
- 총 판매량: 약 2,174만 대
역사적 타임라인
게임큐브 일본 출시
마리오가 아닌 동생 루이지를 주인공으로 한 '루이지 맨션'을 런칭 타이틀로 내세우는 파격을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킬러 타이틀 부족과 PS2의 기세에 눌려 초기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 DX 발매
게임큐브의 구세주이자 역대 최고의 대전 액션 게임 중 하나. 전작을 훨씬 뛰어넘는 볼륨과 스피디한 게임성으로 게임큐브 유저들의 필수 구매 타이틀이 되었으며, 현재까지도 e스포츠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메트로이드 프라임 발매
개발사 레트로 스튜디오가 만든 1인칭 어드벤처(FPA) 게임. "메트로이드를 1인칭으로?"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며 메타크리틱 97점을 기록, 게임큐브 최고의 명작으로 등극했습니다.
바이오하자드 4 발매
캡콤과의 독점 계약(Capcom Five)으로 출시된 액션 게임의 혁명. 숄더뷰 시점을 정립하여 현대 TPS 장르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당시 게임큐브의 그래픽 성능을 극한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젤다의 전설: 황혼의 공주
게임큐브의 황혼기를 장식하고 차세대기 Wii의 시작을 알린 작품. 어둡고 리얼한 그래픽 스타일로 회귀하여 팬들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었으며, 게임큐브 버전은 좌우 반전이 없는 오리지널 맵을 제공했습니다.
대표 게임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 DX (Super Smash Bros. Melee, 2001)
시리즈 중 가장 빠르고 테크니컬한 조작감을 자랑하는 걸작. 단순한 파티 게임을 넘어 격투 게임으로서의 깊이까지 갖추어 수많은 고인물 유저를 양성했습니다.
젤다의 전설: 바람의 지휘봉 (The Wind Waker, 2002)
과감한 카툰 렌더링 도입으로 호불호가 갈렸으나,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아름다운 비주얼과 표정 연기는 시대를 초월한 예술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메트로이드 프라임 (Metroid Prime, 2002)
2D 탐색형 액션의 문법을 3D 1인칭 시점으로 완벽하게 번역해낸 기적 같은 게임. 고독한 행성 탈론 IV의 분위기와 스캔 시스템을 통한 스토리텔링은 압권입니다.
바이오하자드 4 (Resident Evil 4, 2005)
공포보다 액션에 치중하여 호러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게임 역사상 가장 완벽한 레벨 디자인과 전투 시스템을 보여준 액션 게임의 바이블입니다.
피크민 2 (Pikmin 2, 2004)
전작의 시간 제한 스트레스를 없애고 던전 탐험 요소를 강화한 속편. 귀여운 피크민들을 희생시키며 보물을 모으는 과정에서 묘한 블랙 유머와 전략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