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 소개
1998년 11월 27일 일본에서, 1999년 9월 9일 북미에서 발매된 '세가 드림캐스트(Sega Dreamcast)'는 20세기의 마지막이자 6세대 콘솔 시대를 여는 첫 번째 주자였습니다. "꿈을 전파한다(Broadcast Dreams)"는 아름다운 의미를 담은 이 하얀색 기기는, 세턴의 실패로 위기에 몰린 세가가 사운을 걸고 개발한 최후의 가정용 게임기입니다. 당시 세가는 하드웨어 제조사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하여 윈도우 CE 기반의 개발 환경을 구축하고, 최신 아케이드 기판인 'NAOMI'와의 완벽한 호환성을 확보하는 등 개발 친화적인 환경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드림캐스트는 혁신 그 자체였습니다. 가정용 콘솔 최초로 33.6k 모뎀(북미/일본)을 기본 내장하여, 별도의 장비 없이도 인터넷에 접속하고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는 훗날 엑스박스 라이브나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PSN)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콘솔 온라인 게이밍의 가능성을 보여준 선구적인 시도였습니다. 또한, 액정 화면과 조작 버튼이 달린 독특한 메모리 카드 '비주얼 메모리 유닛(VMU)'은 게임의 보조 화면으로 쓰이거나, 분리해서 다마고치처럼 휴대용 미니 게임기로 사용할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였습니다. 독자 규격인 1GB 용량의 'GD-ROM'은 당시 CD-ROM의 용량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한 세가의 승부수였습니다.
소프트웨어 라인업 또한 '세가다움'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아케이드에서 이식된 '소울 칼리버', '크레이지 택시', '하우스 오브 더 데드 2'는 오락실을 그대로 집으로 옮겨놓은 듯한 초월 이식도를 자랑했습니다. 특히 오픈 월드 장르의 시조새 격인 '쉔무'는 날씨 변화, NPC의 생활 패턴, 수많은 상호작용 요소 등 당시 기술로는 믿기 힘든 디테일로 가득 찬 리얼한 세계를 구현해 냈습니다. 캡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바이오하자드 코드: 베로니카', '마블 vs 캡콤' 같은 걸출한 서드 파티 타이틀도 다수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드림캐스트의 꿈은 너무나 빨리 깨졌습니다.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 2(PS2)'에 DVD 플레이어 기능을 탑재하고 압도적인 스펙과 마케팅으로 시장을 공습하자, 드림캐스트의 판매량은 급감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GD-ROM의 보안이 뚫리면서 불법 복제가 성행했고, 세가의 재정난은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결국 2001년 1월, 세가는 하드웨어 사업 철수라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고, 드림캐스트는 발매 3년 만에 단종되는 비운을 맞았습니다.
비록 상업적으로는 실패했지만, 드림캐스트가 보여준 온라인 기능과 독창적인 게임들은 현대 콘솔 게임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짧지만 강렬했던 그 시절의 추억은 수많은 게이머의 가슴속에 '가장 사랑받은 패배자'이자 '시대를 너무 앞서간 명기'로 영원히 기억되고 있습니다.
기본 정보
- 제조사: 세가 (Sega)
- 출시일: 1998년 11월 27일 (일본), 1999년 9월 9일 (북미), 1999년 (유럽)
- CPU: Hitachi SH-4 RISC @ 200 MHz (360 MIPS, 1.4 GFLOPS)
- 메모리: 16MB Main RAM, 8MB VRAM, 2MB Sound RAM
- 그래픽: NEC PowerVR2 CLX2 (타일 기반 렌더링, 300만 폴리곤/초)
- 사운드: Yamaha AICA 64채널 PCM/ADPCM (ARM7 RISC CPU 내장)
- 매체: GD-ROM (1GB), MIL-CD (음악 CD)
- 컨트롤러: 아날로그 스틱, 아날로그 트리거, VMU 및 진동 팩 슬롯 2개
- 주요 특징: 모뎀 기본 내장, VGA 박스(480p) 지원을 통한 고화질 출력
- 최다 판매 게임: 소닉 어드벤처 (약 250만 장)
- 총 판매량: 약 913만 대
역사적 타임라인
일본 출시와 유가와 전무
세가는 자사의 임원인 유가와 전무를 내세워 "세가 따위 촌스러워서 안 해!"라는 자학적인 광고를 내보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초기 물량 부족으로 기회를 놓쳤지만, '소닉 어드벤처'의 압도적인 그래픽은 게이머들을 감탄시켰습니다.
북미 런칭 (9.9.99)
마케팅 역사에 남을 "9.9.99" 캠페인과 함께 1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북미에 출시되었습니다. '소울 칼리버', 'NFL 2K' 등 강력한 런칭 타이틀에 힘입어 24시간 만에 22만 5천 대를 판매하는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판타지 스타 온라인 발매
콘솔 최초의 본격적인 온라인 RPG. 전화선을 통해 전 세계 유저들과 모험을 즐길 수 있었으며, 이는 단순히 게임을 넘어선 커뮤니티 혁명이었습니다. 드림캐스트의 모뎀 내장 전략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습니다.
쉔무 발매
제작비 700억 원(당시 70억 엔)이 투입된 세가의 야심작. 'FREE(Full Reactive Eyes Entertainment)'라는 새로운 장르를 표방하며 오픈 월드의 기초를 닦았으나, 막대한 제작비 회수에는 실패했습니다.
콘솔 사업 철수
지속적인 적자와 PS2의 독주를 이기지 못한 세가는 하드웨어 제조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드림캐스트는 '마지막 세가 콘솔'이라는 타이틀을 안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유산은 서드 파티로서의 세가 게임들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대표 게임
소닉 어드벤처 (Sonic Adventure, 1998)
3D 소닉의 화려한 데뷔작. 에메랄드 코스트를 질주하는 범고래 추격 씬은 드림캐스트의 성능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명장면입니다.
쉔무 (Shenmue, 1999)
시대를 너무 앞서간 오픈 월드 어드벤처. 리얼한 거리 묘사, QTE 시스템, 그리고 도박이나 오락실 미니 게임 같은 방대한 즐길 거리는 후대 게임들(용과 같이 등)에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소울 칼리버 (SoulCalibur, 1999)
메타크리틱 98점의 전설. 아케이드 버전을 뛰어넘는 초월 이식으로 그래픽과 게임성 모든 면에서 3D 격투 게임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크레이지 택시 (Crazy Taxi, 2000)
오프스프링(The Offspring)의 펑크 록을 들으며 손님을 태우고 도심을 질주하는 쾌감! 복잡한 규칙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 레이싱의 걸작입니다.
젯 셋 라디오 (Jet Set Radio, 2000)
카툰 렌더링(셀 셰이딩) 기법을 대중화시킨 스타일리시 액션 게임. 힙합과 그래피티 문화를 게임에 녹여낸 독창적인 비주얼과 사운드는 지금 봐도 세련되었습니다.